INFP의 직장 생활 [1] - 홋카이도 사무직
나는 취준생, 직장인 당시 내향인의 대표주자 INFP였다. (현재는 INFJ) INFP의 성향에 맞는 직업군은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것이라고들 한다. 대표적으로 문학가,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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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생활을 마친 후..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마무리 지은 후 한국으로 돌아온 뒤 1개월 정도의 휴식 기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다들 그런 친구 한 명쯤 있지 않나요..? 부족한 자신을 항상 고평가 해주는 고마운 친구.. 저는 이 친구로부터 같이 대기업 호텔에 지원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나름 일본에서의 경력도 있고 어학 점수도 높았던 저희는, 반포와 명동에 있는 두 군데의 대기업 호텔에 지원을 했습니다. 결과는 둘 다 사이좋게 두 군데의 호텔에 합격을 했습니다. 반포보다는 명동 쪽의 면접관이 면접생들을 더 존중해주는 분위기였기에 명동 쪽으로 취업을 하게 됩니다.
서비스직에 잘 맞는 INFP.. 내 생활은 어떠하였을까?
인프피로서 서비스직 생활을 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호텔리어 생활을 말해보자면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로 동작 자체가 느릿한 편이고 눈치가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다보니 초반 서비스직 직장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입사를 하자마자 새로운 호텔 업장을 오픈하게 되었는데, 이 업장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진행했던 짐 옮기기, 동선 구상, 시스템 구상 등.. 업계에 대해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제게 있어 고난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초반에는 상사로부터 꽤 미움을 받곤 했습니다..
호텔리어 생활 초반은 여타 식당에서 할 수 있는 서빙, 접시빼기, 업장을 관리하는 단순 업무를 하게 됩니다. 매우 단순한 업무지만 3-4명 정도의 인턴이 서로의 일 하는 구간을 캐치해 가면서 동선이 겹치지 않게끔 업무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눈치를 기르는 과정이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초반이었습니다. 느린 동작과 떨어지는 업무 센스는 거의 바닥을 기었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직이 잘 맞는다는 인프피 체면이 말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2년이라는 긴 시간을 어떻게 서비스직에서 보낼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호텔리어 초보 생활을 청산하면 다음은 커피 혹은 바텐더 업무를 배우게 됩니다.

INFP로서의 제 진가는 바텐더를 했을 때 발휘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넓은 라운지를 다니면서 사람들을 케어 했을 때, 곧잘 회로가 꼬이는 상황이 발생했었습니다. 특히나 바쁜 주말의 경우 고객과 대화를 나눌 시간 없이 그저 안내, 접시 빼기 기계가 될 뿐이었다 보니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바텐더 (bartender)' 라는 직책을 맡게 된 순간, 저는 호텔리어 생활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INFP 감성으로 이 업무에 대해 보람을 느끼게 된 순간을 설명하자면..
1) '바텐더 (bartender)'
- 단순 업무가 아닌 '바텐더 (bartender)'라는 한 전문분야가 내 안에서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인프피는 각종 예술, 디자인 분야에 두각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바텐더 또한 일종의 예술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맛있고 보기 좋은 음료를 만드는 행위는 충분히 예술이라 할 수 있죠.
2) 소심한 관종 INFP
- 내색은 하지 않지만 제가 쉐이킹을 하는 순간에 고객들의 시선이 집중됩니다. 그 넓은 라운지가 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자주 즐겼던 것 같습니다.
3) 좋은 것을 전해주기 좋아하는 INFP
- 접시 빼기를 하는 동안은 잘 느낄 수 없었지만, 바텐더 업무를 하다 보면 고객과 대화할 기회가 많이 찾아옵니다. 자신의 지식을 남에게 전해주기를 좋아하는 인프피의 특성상, 자기가 추천하는 술에 대해 설명을 했을 때는 열과 성의를 다 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추천해준 술을 맛보고 반응이 좋으면 업무에 대한 만족감이 더욱 늘었습니다.
4) 일회성 만남은 쉬운 INFP
- 인프피는 낮가림이 매우 심하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 즉 일회성 만남은 특별히 낯가리는 경향이 없었습니다. 어차피 다시 안 볼 인연이라 그런 듯합니다..ㅎㅎ 이러한 인프피로서의 성향은 제가 바텐더를 했을 때 매우 좋은 쪽으로 작용했었습니다. 평소의 낯가림이 심한 모습이 아닌, 넉살 좋은 태도로 칵테일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었던 거죠.
5) 나만의 공간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INFP
- 인프피는 팀워크 업무보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나만의 공간에서 그 누구의 터치도 없이 일을 해야만 업무의 효율이 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천성적으로 둔한 제 성향과는 별개로, INFP로서의 장점이 발휘하는 순간은 한정된 공간 안에서 칵테일 제조를 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INFP의 사회생활은 어떠했는가?
나름대로 화목한 환경이 갖추어진 사회에서라면 이들(INFP)은 스트레스도 최대한 덜 받으면서 꾸준히 일을 하며 돈을 잘 버는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나무위키-

인프피는 수직적인 사회생활에 맞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 역시 전 직장에서도 그러한 분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나왔기에 크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호텔 사업 자체가 위계질서가 심한 건 사실이에요. 나보다 어린 사람한테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선배님'이라 부르면서 존댓말을 해야 하는 회사 분위기는 초반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죠.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호텔리어 생활 초반에는 굼뜬 모습에 직장상사로부터 꽤 미움받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드코어한 업무량, 상사의 갈굼, 점점 낮아지는 자존감에 퇴사 생각은 하루에 10번씩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꾹 참고 이겨내는 모습에 주변 동료들의 시선이 점점 변화함을 느꼈고, 바텐더 생활에 적응하고 한 사람 몫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충분히 그 그룹의 일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주변 사람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꿨던 것 경험이었던 거죠. 그 뒤로는 (가끔 트러블이 있긴 했어도) 호텔리어 생활을 재밌게 이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인프피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가 업무 효과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했을 때, 업무 수행을 순조롭게 해왔던 제 경험에 기반한 말이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우쭈쭈 해줘야 잘한다는 애기..
개인적으로 현재까지 제 직장생활 통틀어서 가장 황금기였던 시절이라 생각합니다.
매 순간 활동적으로 생활했던 이러한 느낌을 언제 다시 맛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정직원이 됐을 텐데...
호텔리어 생활에 대해서는 언젠가 다시 한번 포스팅을 할 예정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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