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공유/INFP 이야기

INFP의 직장생활 [4] - 카메라 판매직

쿼재 2021. 5. 3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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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 (feat. 홍대)

어떻게든 일은 구해진다

면세점을 그만 두기 전부터 이미 이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카메라를 취미로 하던 경험이 있었기에 관련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었어요. 면세점 다음으로 경험한 직종은 짐벌 카메라 판매직입니다. 노출값, 조리개, ISO 같은 카메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얘기하더니 면접에 합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스럽게도 이번 직종도 뼈대는 서비스에 기반을 합니다. 그리고 면세점 보안직처럼 사람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부류의 직종이 아니다 보니 판매직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그리 뜻처럼 진행이 되지 않았죠. 면세점 보안직과는 다른 분야의 스트레스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INFP으로서 느꼈던 판매직
INFP 적성도가 낮은 직업

공무원, IT 업계,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스템 연구원, 통계분석직,
경영 컨설턴트, 교도관, 운전기사, CEO, 회사원, 판매직, 경영인, 회계사

(내가 생각해도 정말로 까다로운 성격의 INFP...)

이번 직종은 제 인생 최단기간으로 끝냈던 직종입니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타의로요..ㅠㅠ 가장 굴욕적인 순간...

권고사직을 당하기까지 1개월 동안 판매직에 종사하면서 느꼈던 판매직에 필요한 능력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1) 자신의 지식을 '알기 쉽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능력
2)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특유의 능글맞음
3) 타인과 대화를 하면서 동료와 무전기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

이 외에도 몇 가지 필요한 부분이 더 있었습니다만 제가 느끼기에는 위 3가지 능력은 거의 필수였던 것 같습니다.

 

INFP로서 가장 부족했던 기능은 '타인에게 본인의 지식을 알기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물론 호텔에서 근무를 했을 때 제가 직접 제조한 칵테일을 설명할 때는 막힘없이 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호텔 때랑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직장 분위기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섬세한 성격의 INFP
나름대로 화목한 환경이 갖추어진 사회에서라면 이들(INFP)은 스트레스도 최대한 덜 받으면서 꾸준히 일을 하며 돈을 잘 버는 생활에 적응해 나간다.  -나무위키-

이전 게시글 '호텔리어'에서도 말했다시피 INFP는 직장 동료들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업무능력이 극단적으로 바뀝니다. 이번 카메라 판매직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판매 물품에 대해 설명하는 능력''높은 기대치를 요구하는 직장 상사' 이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절대 이전 직장의 직원들과 업무 환경 분위기를 나쁜 쪽으로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제가 기한 내에 그들이 원하는 기준치에 도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저 같은 경우는 기기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으나 그것을 구두로 알기 쉽게 전달하기를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시간을 들여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따로 공부를 하는 시간도 가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지식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던 이유는 카메라 판매원으로서 상사들이 원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느낌.. 그래도 이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요구하는 기대치를 재촉하면 재촉할수록 업무 효율이 더욱더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이 그들이 원하는 기대치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으면 들을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고객을 응대할 때 더욱 더 위축되고 의기소침해지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능력은 발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죠. "자네는 왜 그러냐", "왜 그렇게 긴장을 하느냐", "왜 이렇게 주눅 들어있냐" 하루에 한 번씩은 들었던 말 같네요. 당시 자존심 때문에 주변에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고.. 여러모로 스트레스를 받는 하루하루였습니다.

 

결국 제 능력의 한계치는 기기에 대한 설명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것에서 그쳤습니다. 즐거운 업무 분위기가 절대 형성될 수 없었기 때문이죠. 권고사직을 당함으로써 상사로부터 받아왔던 그런 압박감에서 해방됐을 때는 (자존심은 상하지만) 정말 짜릿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자존감 하락..

 

이번에 경험한 카메라 판매직은 제가 서비스직을 완전히 떠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잘 받는 인프피 특성상 잘 맞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정신을 갉아 먹히기 때문이죠. 매우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으나 결국 인프피는 직장 분위기가 화목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작은 사업을 꾸려야 적성이 풀리는 타입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직장을 겪어온 결과 인프피는 너무 혼란스러운 존재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비스는 잘 맞지만 주변 사람 등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지 못하면 발전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에요.

 

현재는 IT회사 사무직으로서 수평적인 조직에서 근무를 하기에 심적으로는 많이 평안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신의 것을 꾸리기 좋아하는 인프피이기에 언젠가 다른 일을 찾아 나서겠죠.

 

현재 하는 일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포스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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