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공유/INFP 이야기

INFP의 직장생활 [3] - 면세점 보안직

쿼재 2021. 5. 2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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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P의 직장 생활 [1] - 홋카이도 사무직

INFP의 직장생활 [2] - 대기업 호텔 식음팀 인턴

면세점 마감 시간에 찍은 사진

잘하고 있던 호텔직은 왜 그만뒀나?

제가 다니던 호텔은 2년의 인턴 기간 동안 2회의 정직원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특출 난 능력이 있지 않으면 보통 2회 차 때 정직원으로서 합격을 합니다. 회사에 먼저 들어온 선배가 먼저 합격해야만 하는 기수제의 문화라고 볼 수 있겠죠. 아무튼 기본적으로 이 호텔에 다니는 인턴들의 입장은, 그저 묵묵히 일을 하면서 정직원이 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2차 면접을 1개월을 앞둔 시점. 즉, 2020년 4월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말았죠.

 

당연히 고객이 줄고, 적자가 나기 시작한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을 감축 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만만한 인턴사원들부터 정직원 채용의 기회를 잃고 맙니다. 물론 저도 그 인턴 중 한 명이었죠.

 

회사 측에서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는 퇴직금, 그리고 계약 만료된 인턴사원들을 권고사직 대상으로 삼아 6개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었습니다.

 

6개월 중 3개월 동안 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구직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호텔 관련 서비스직은 허들이 높아진 상태이며 그나마 인원을 뽑는 제주도나 부산은 개인 사정상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직장을 구하지 못한채 백수생활을 유지하던 도중, 친구의 제안으로 면세점 보안직에서 돈을 벌 기회를 얻습니다.

 

 INFP로서 느꼈던 보안직

면세점 옥상에서 찍은 사진

INFP 성격에 가장 맞는 이상적인 직업군은 보통 돈벌이가 잘되지 않거나, 안정적으로 성공하기 힘든 편이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 사무직으로 많이 빠지는 편이다. 따라서 사회생활 규범을 중시하는 조직에 상대적으로 만족감이 낮은 편인 INTP와 더불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나무위키-

보안직을 처음 맞이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큰일 났다.."였습니다.  조직의 분위기가 호텔과는 완전히 정반대였기 때문이죠.

 

똑같은 기수제이지만 선후배 간 호칭만 엄격할 뿐이지 기본적으로 서로 화목한 분위기의 호텔과 달리, 보안직은 기본적으로 상사의 말은 절대적이며, 고객들을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과는 달리, 일종의 통제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통제란 '고객들이 금지구역으로 가지 않게 하는 것', '면세점 내 유지보수를 하는 관리인 통제', '택배원들의 면세구역 출입 통제' 등의 업무를 말합니다.

 

호텔에서 쌓아온 말투인 "~했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등의 쿠션 언어는 금기시되는 분위기에서 일이 진행이 됐습니다. 이러한 언어 습관이 호텔에서 2년 동안 몸에 밴 탓인지 상사들로부터 그러한 언어 습관은 고치는 게 좋다고 지적을 많이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세요", "안됩니다"의 명령조는 도저히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규율이 적은 유연한 조직, 갈등과 긴장이 없는 협조적 환경에서 업무의 효율이 더 좋아지는 INFP의 성향과는 정 반대의 조직이 보안직이었던 것 같습니다.

 

CCTV로 직원들의 상황을 감시하는 상사, 직원 한 명의 실수가 곧 모두의 책임이 되는 조직 분위기, 본인의 판단보다는 상사의 판단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이러한 상황 등이 INFP의 업무 의식에는 독이 되었을 뿐이죠. 항상 긴장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내향 감정(F)
내면의 자아를 탐구하고 스스로의 진정성을 보유, 개개인의 가치와 개성을 중요시하는데 가장 두각을 드러냄

무엇보다 나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면세점을 관리하고, 그저 상사의 명령에 묵묵히 따라기만 해야 하는 이러한 업무 형태는 INFP에게 있어서 직업으로서 아무런 보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내향 감정이 강한 INFP는 돈을 준다고 무작정 일하는 성향의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죠. '자아실현을 하는 무언가', '자기만의 것을 자기가 가꾸는', '자기 발전을 하는' 등의 어찌 보면 매우 개인주의적인 요소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채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업무 수행을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에 자괴감에 빠져 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와는 인연이 없는 종류의 업무였던 거겠죠.

 

이다음 이직한 곳에서 두 번째 자괴감을 맛보게 되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 때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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